20대만 누릴 수 있는 특권
매년 수능시험이 끝난 저녁이면 거리마다 수능 시험을 치렀던 고3 수험생들로 가득찬다. 법률상으로는 술을 마셔도 안되지만, 교묘히 어디선가 술을 마신다. 내가 고3일 때도 마찬가지 였다. 밤 늦게까지 혹은 새벽까지 마시고 떠들며 그간 시험 준비로 피로했던 심신을 달랜다.
그리고 얼마뒤 성적이 발표되고 누구는 대학생으로 입학하고, 또다른 누구는 재수를 하고 혹은 새로운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친구도 있다. 이렇게 10대의 마지막은 끝나고 이제 새로운 20대가 시작된다. 스무살이다.
이제 부모님의 간섭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자유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재수를 하게되면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좀 더 밀리겠지만, 대학 신입생이 된 스무살이나 직업을 선택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스무살 초년생은 오롯이 내 시간을 내가 누릴 수 있게 된다. 온전히 내 시간을 내가 누리고 관리하며 혈기 왕성한 스무살의 특권을 누리는 시간이 시작되고, 서른살이라는 책임감을 갖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20대 특권은 지속된다.
교복을 입지 않아도되고, 머리를 기르거나 염색을 하거나 화장을 진하게 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12년동안 공부만 해오다가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도 생기고, 이성에 눈을 떠서 떳떳하게 연애를 할 수도 있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고,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차를 운전해서 등하교할 수도 있다. 대학생이 아닌 직장 초년생이면 매월 받는 월급으로 난생 처음 용돈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금을 손에쥐고 평소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고 먹고 싶은걸 먹을 수도 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 신입생이 되지 못하고 재수를 했다. 20살에 학원에서 근로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강사님들 수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며 학원비를 절약했다. 그리고 신문배달을 하면서 학원비를 벌었다. (나중에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얘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당시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게 재수 1년을 보내고 점수가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운좋게 대학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제야 20살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1학년 때는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학사 경고도 받았다. 2학년이 되어서는 군 입대 영장이 나와서 군 입대를 하고, 군 생활 중에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 동기를 만났고 제대 후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어머님을 여의는 일도 겪었다. 그 즈음 복학하기 전까지 친구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용돈 벌이를 했고 복학을 하면서 난생처음 사랑하는 애인이 생겼다. 열열히 사랑을 했지만, 내 실수가 여러개 모여서 치명적인 독이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20대 후반에는 직장 초년생이 되었다.
20대의 나를 회상해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걸 누리며 후회없이 지내온 것 같다. 당구에 빠져 미치듯이 놀아도 보고, 미팅도 가리지않고 참여하고, 학내 데모(당시에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학교 내에서도 혼란한 시국이어서 학내 집회가 많았다.)도 참여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하고, 술도 열심히 마셨다. 방학때면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복학한 후에는 내가 하고싶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연애도 열심히 했다. 정말 혈기 왕성한 20대를 보냈다.
그렇게 모든 것에 열심히 했다. 20대를 뒤돌아보며 후회하는 건 없다.(사실 첫사랑에 대한 후회는 지금도 잊을 수 없고 평생 갖고 가겠지만, 첫 사랑 외에는 후회하는건 없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나와 똑같이 모든 일에 열정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 20대인 여러분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지금 누리고, 지금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전부 누리고나서 ‘이런건 못해봤네’하는 후회만 없길 바란다.
누구는 100가지 중에 80개를 해보던, 누구는 100가지 중에 20개를 하던 본인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20대인 지금 한다는게 중요하다. 20대 초반부터 미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20대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을 그 나이 때 누렸으면 좋겠다. 어차피 30대가 되면(일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20대를 포함해서) 여러분은 모두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다. (금수저 은수저는 빼고.)
20대의 내가 누렸던 특권처럼 지금 20대인 여러분도 동일하거나 혹은 더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많이 특권을 누리기 바란다. 정말 20대인 여러분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단,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듯이 20대 특권에도 책임이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질 투표에 대한 권리와 책임, 20대 망나니가 되지 않도록 사회규범과 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책임, 그리고 성인이 된 내가 행동한 결과에 대한 책임, 향후 직장생활이나 살아가야할 내 인생에 대한 책임, 결혼에 대한 책임 등은 항상 염두에 두고 20대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 좋겠다.
20대의 여러분, 즐길 수 있는 지금 여러분의 특권을 누리기 바란다. 후회없는 20대를 보내고 펼쳐질 멋진 여러분의 앞 날에 무한한 햇빛이 비추길 기원하며..